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된 원작 소설 추천

좋은 이야기는 형식을 가리지 않는다. 책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스크린이나 TV 화면으로 옮겨졌을 때, 우리는 같은 줄거리 안에서도 전혀 다른 감정과 장면을 경험하게 된다. 어떤 작품은 영화를 본 뒤 원작이 궁금해지고, 어떤 작품은 책을 읽고 나면 그 감정을 다시 확인하고 싶어 영상으로 이어보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드라마나 영화로도 제작된 원작 소설 다섯 편을 소개해본다.


1. 너의 이름은 – 신카이 마코토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 도쿄에 사는 소년과 시골에 사는 소녀가 꿈에서 서로의 몸이 바뀌는 경험을 하며 벌어지는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다. 원작 소설은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가 직접 썼으며, 영화에서는 미처 다 전하지 못했던 인물의 내면, 감정의 미세한 흐름이 더 섬세하게 담겨 있다. 영화와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도 크고, 이미 결말을 알면서도 다시 읽게 되는 특유의 서정성이 있다.


2. 체르노빌의 목소리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HBO 드라마 체르노빌의 원작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를 살아낸 사람들의 실제 인터뷰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줄 한 줄이 생생하고 강렬하다. 드라마가 재현한 이 책은 감정적으로도 강한 울림이 남아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는다.


3. 작은 아씨들 – 루이자 메이 올컷

   네 자매의 성장과 우정, 삶의 선택을 그린 이 고전은 시대를 초월해 계속해서 영상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최근에는 그레타 거윅 감독의 영화로 다시 한 번 큰 주목을 받았으며, 한국에서는 드라마로도 재해석되었다. 소설은 각 인물의 심리를 더 촘촘하게 보여주며, 다양한 감정과 질문을 풍부하게 담아낸다. 감정선을 따라가며 천천히 읽기에 좋고, 따뜻한 문장이 많은 여운을 남긴다.


4. 파친코 – 이민진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일본에 살던 재일조선인 가족의 삶을 그린 이야기이다. 애플TV 드라마로 제작되어 높은 완성도와 미장센으로 호평을 받았다. 원작 소설 또한 인물의 시선, 역사적 맥락, 감정의 흐름을 더욱 깊이 있게 담고 있다. 문장이 간결하면서도 감정은 무겁고 진지하며, 한 가족을 따라가며 역사를 체감하게 만든다.


5.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 존 보인

   나치 시대의 수용소를 배경으로, 장벽을 사이에 두고 친구가 된 두 소년의 이야기.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이들에게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안겨주었고, 원작 소설은 더 순수한 시선으로 그 상황을 바라본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잔혹한 현실은 오히려 더 슬프고 무력하다. 감정적 파괴력이 크지만 문장 자체는 어렵지 않아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시대와 매체를 넘어 계속해서 살아남는다. 영화나 드라마로 먼저 만났던 작품도, 원작 소설을 읽는 순간 전혀 새로운 감정이 피어나곤 한다. 화면으로 보았던 장면을 책으로 다시 읽으면 또 다른 울림이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읽는 것 또한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읽으면 좋은 책들

스트레스는 이유를 가릴 것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몰려오기도 하고, 쌓여온 것들이 폭발하듯 터지기도 한다. 누구와도 말하고 싶지 않은 날, 생각조차 정리되지 않는 날엔 긴 이야기보다 조용한 한 문장이 더 큰 힘이 된다. 이번 글에서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내면을 서서히 정리하게 만들어주는 책 네 권을 소개해보려 한다. 


1. 초역 부처의 말 – 코이케 류노스케

불교의 가르침에서 뽑아낸 짧은 문장들이 한 페이지에 하나씩 담겨 있는 책이다. 무언가를 억지로 가르치거나 위로하려 하지 않으며, 그저 삶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만드는 문장들이 조용히 스며든다. 단순하지만 묵직하고, 읽는 사람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어디서든 펼쳐볼 수 있는 구성도 장점이며, 잠들기 전 또는 아침을 시작하며 하루 한두 페이지씩 읽으면 좋다. 위로나 정답보다 사유와 침묵이 필요한 날에 추천하는 책이다.


2.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기시미 이치로

바쁘게 움직이지 않으면 불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을 때, 이 책은 그 조급함에 ‘그만해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쉬는 것을 죄책감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위로가 되고, 지나치게 노력하고 있는 사람에겐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춰보라는 제안을 건넨다. 짧고 부드러운 문장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하지 않음이라는 선택도 삶의 한 방식이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해주는 책이다.


3. 가만히 있어도 괜찮다 말해주길  – 남궁원

무언가를 성취하거나 견뎌내야만 의미 있는 하루처럼 느껴질 때, 이 책은 아주 평범한 날들 속에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해준다. 공감이 되는 문장이 많고, 때로는 소소한 감정이나 기억이 나와 겹쳐져 혼자 웃게 만들기도 한다. 지친 마음을 조용히 달래고 싶을 때, 누구보다 부드럽게 어깨를 토닥여주는 책이다.


4.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하완

타인의 기대에 맞추며 살아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너그러움과 유쾌함을 건넨다. 실패, 느림, 나태함조차도 자연스러운 나의 일부라고 말하면서 나를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도록 해준 책이다. 어렵지 않은 문장, 가볍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 덕분에 스트레스가 풀리기보다는 흘러가는 느낌을 준다. 힘들어 죽겠는데 너무 진지한 책은 싫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이기도 하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꼭 해결책이 필요한 건 아니다. 때로는 그저 누군가 내 감정을 인정해주는 말이 더 큰 위로가 된다. 이 책들은 그렇게 말 많지 않은 친구처럼, 옆에서 말없이 함께 있어주는 이야기들이다. 소란한 마음을 가만히 다독이고 싶을 때는 가벼운 에세이 책들을 추천하고 싶다.


디스토피아 소설 5권 추천

디스토피아 소설은 상상 속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결국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 같은 장르다. 이 장르가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는 극단적인 설정 속에서도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끝까지 묻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그러한 디스토피아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소설 다섯 편을 소개해보려 한다. 


1. 1984 – 조지 오웰

   디스토피아 소설의 고전이자 상징과도 같은 작품. 모든 것이 감시되고 통제되는 전체주의 국가 오세아니아에서 빅 브라더는 항상 지켜보고 있다. 언어까지 조작당하는 세계에서, 주인공 윈스턴은 사적인 감정과 생각을 품기 시작하며 균열을 맞이한다. 감시 사회, 언론 통제, 역사 왜곡 등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문제의식을 다루며, 반복해서 읽을 때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책이다.


2. 멋진 신세계 – 올더스 헉슬리

   오웰이 공포와 억압을 통해 미래를 상상했다면, 헉슬리는 쾌락과 기술을 통해 사람들을 길들이는 사회를 그렸다. 사람들은 시험관에서 태어나고, 신경 안정을 위한 약을 먹으며, 불행 없이 살아간다. 겉보기에 모두가 행복한 이 세계는 과연 진짜 유토피아일까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한다. 자유 의지, 감정, 예술, 고통, 불완전함을 제거한 사회의 뒷면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진짜 인간성을 되묻게 된다.


3. 헝거 게임 – 수잔 콜린스

   미래의 북아메리카를 배경으로, 부유한 수도와 빈곤한 구역들 사이의 불평등이 극에 달한 사회. 매년 각 구역에서 아이들을 뽑아 생존 게임에 참가시키는 국가의 잔인한 통치 방식은, 단순한 게임을 넘어 체제 유지의 수단이 된다. 주인공 캣니스는 이 부조리한 세계에서 끝까지 생존하며 싸워간다. 스릴과 감동을 동시에 잡은 청소년 디스토피아의 대표작으로, 영화와 함께 읽으면 더 몰입감있게 읽을 수 있다.


4. 화씨 451 – 레이 브래드버리

   책을 읽는 것이 금지된 미래 사회. 소방관은 더 이상 불을 끄는 사람이 아니라 책을 태우는 사람이다. 주인공 가이 몬태그는 어느 날 우연히 책을 읽게 되고, 그 안에서 숨겨진 자유와 사고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언론 통제, 대중 조작, 생각 없는 행복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진짜 자유란 무엇인지, 지식이 왜 중요한지를 묻는 강렬한 작품이다.


5. 나를 보내지 마 – 가즈오 이시구로

   외형상 평범한 기숙학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장기 제공을 위해 양육된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캐시가 어린 시절의 기억을 회상하며 자신의 운명과 마주하는 이 소설은, 차분하고 감성적인 톤으로 디스토피아의 비극을 담아낸다. 인간의 존엄성과 존재 이유, 사랑과 기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잔잔하게 되묻는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읽고 나면 가슴 한켠이 오래도록 저릿한 작품이다.


디스토피아 소설은 단순히 무너진 미래를 보여주는 장르가 아니다. 어떤 방향으로 사회가 흘러갈 수 있는지,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떤 조건에서 살아남고 변화하며 무너지는지를 깊이 있게 그려낸다. 어쩌면 우리가 외면해온 현재의 단면이 그 안에 이미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가벼운 이야기를 넘어서는 강렬한 독서를 원하는 날 읽기 좋은 책들이다.


정세랑 작가님 소설들 추천

정세랑 작가님 소설은 너무 재미있다. 소설을 처음 읽는 순간부터 무언가 새로운 공기가 흐른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인물들은 사랑스럽고, 말투는 일상적인데 마음 어딘가를 툭 건드린다. 때로는 가볍게 웃게 만들고, 또 때로는 조용히 위로를 건네며, 아주 사소한 문장 하나로 생각의 결을 바꾸게 한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내용 덕분에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을 때도 최고이다. 이번 글에서는 정세랑 작가님의 작품 중 꼭 읽어보면 좋을 소설 다섯 편을 소개해보려 한다. 


지구에서 한아뿐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한아'가 주인공으로, 연애와 성장 이야기를 따뜻하게 풀어낸다. 이 소설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지구에서 하나 뿐인 사람과 사랑을 하는 것이 로맨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세상이 이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긴 이상적인 시선으로 현실을 비춰보는 책이기도 하다. 읽고 나면 마음이 고요하게 따뜻해지고, 한아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옥상에서 만나요

짧은 이야기 속에 깊은 정서가 담긴 단편소설이다. 도시의 옥상이라는 공간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두 여성이 서로를 알아가고 위로하게 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렸다. 서로 다른 이유로 외로웠던 두 인물이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며 연결되는 과정은, 많은 이들이 느끼는 도시의 고독과 관계의 결핍에 공감하게 만든다. 정세랑 작가의 문장이 얼마나 부드럽고 따뜻한지, 단 몇 페이지 만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선으로부터,

2020년 출간된 장편소설로, 다양한 세대의 개인이 모여 한 가족의 조상을 기리기 위한 장례 의식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유쾌하고 발랄한 말투 속에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녹아 있으며, 각 인물의 개성이 뚜렷해 읽는 재미도 크다. 생생한 서사가 이어지는 이 소설은, 정세랑 작가가 보여주는 이상적인 세계관과 현실 인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덧니가 보고 싶어

정세랑 작가 특유의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단편집이다.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인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 단편마다 분위기와 속도가 달라 지루할 틈이 없고, 어떤 이야기는 기발하게, 어떤 이야기는 조용히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나와는 조금 다른 삶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때, 혹은 생각의 틀을 유연하게 넓히고 싶을 때 읽어보기 좋은 책이다.


보건교사 안은영

보건교사 안은영이 학교 곳곳에 숨어 있는 기묘한 존재들과 싸우며 학생들을 지키는 이야기이다. 판타지 요소가 들어가 있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 정서적 돌봄, 사회적 무관심에 대한 이야기다. 활기차고 유머러스한 전개 덕분에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며,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정세랑 작가님의 소설을 읽고 나면, 우리가 사는 세상도 사실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기분이 든다. 누군가는 분명 조용히 선한 마음으로 세상을 지켜보고 있고, 불완전한 사람들이 서로의 손을 잡아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오늘 하루가 조금 버거웠다면, 이 중 한 권을 골라 조용히 펼쳐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가볍게 읽기 좋은 짧은 소설 추천

긴 소설을 읽기엔 마음에 여유가 없고, 에세이는 감정이 덜 와닿는 날이 있다. 진지한 이야기를 읽고 싶지만 너무 깊게 몰입하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하기에는 심심할 때, 짧지만 힘 있는 소설 한 편이 위로가 된다. 짧다고 해서 얕지 않고, 무겁지 않지만 가볍게만 흐르지도 않는 책을 찾는 이들을 위해, 가볍게 펼쳐볼 수 있으면서도 마음 어딘가를 건드리는 소설 다섯 편을 소개한다.


1. 요시모토 바나나 – 키친

   일본 감성 소설의 대표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가족을 잃고 깊은 외로움에 빠져 있던 주인공이 새로운 사람들과 연결되며 조심스럽게 다시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키친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따뜻한 음식과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관계가 소설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상실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위로란 커다란 제스처가 아니라 조용한 공간과 따뜻한 밥 한 끼에서 시작된다는 걸 보여준다. 페이지 수는 많지 않지만 감정의 결은 깊고 섬세하다. 밤이 유독 길게 느껴지는 날, 차분히 읽기 좋은 작품이다.


2. 정세랑 – 옥상에서 만나요

   현대 도시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외롭게 살아가던 두 여성이 우연히 같은 옥상에 오르며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낯설고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인물의 관계가 서서히 가까워지고, 서로를 이해해가는 모습이 짧은 문장 속에 따뜻하게 담겨 있다. 정세랑 작가님 특유의 담백하고 유쾌한 문체가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이끈다. 위로라는 말 대신 함께 있는 시간이 주는 편안함, 그리고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느껴지는 연결의 감각이 필요할 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짧지만 포근한 온기가 오래 남는다.


3. 요 네스뵈 – 헤드헌터

   북유럽 스릴러 작가로 유명한 요 네스뵈의 작품 중, 짧지만 압도적인 몰입감을 자랑하는 스릴러 책이다. 헤드헌터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예상치 못한 범죄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사건을 긴박하게 그려낸다. 이야기의 전개는 빠르지만 등장인물의 심리나 사건의 구성은 치밀하게 짜여 있어,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완성된 스릴러 장편을 읽은 듯한 만족감을 준다. 추리와 반전, 서스펜스를 즐기는 독자라면 부담 없이 읽고 강렬한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작품. 집중력이 떨어질 때 짧고 자극적인 소설이 필요하다면 이 책이 제격이다.


4. 김금희 – 너무 한낮의 연애

   헤어진 연인이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만나 함께 걸으며 나누는 대화 속에서, 과거의 감정이 차분히 되살아난다. 사랑의 열기보다는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서 피어나는 고요한 아련함이 이 소설의 정서다. 김금희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장이, 우리가 쉽게 꺼내지 못했던 감정의 층위를 부드럽게 꺼내 보여준다. 사랑, 미련, 후회, 존중 같은 말들로 다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이 그저 대화와 침묵 속에서 흐른다. 이 소설은 짧지만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리게 하고, 그 기억과 화해할 수 있게 만든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끼고 싶은 날, 조용히 꺼내 읽으면 좋다.


5. 레이먼드 카버 – 대성당

   미국 단편 문학의 거장 레이먼드 카버의 대표작이다. 특별한 사건 없이, 시각장애인 손님과의 저녁 식사와 대화를 통해 화자가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을 묘사한다. 시선과 고정관념, 관계와 이해의 방식에 대해 독자 스스로 질문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짧지만 서사와 감정의 흐름이 매우 치밀하고,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아주 작지만 분명한 변화가 전해진다. 단어는 단순하고 문장은 절제되어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많은 감정을 끌어낸다. 짧은 단편 안에 삶의 통찰을 담아낸 고전적인 단편의 미덕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감정을 흘려보낼 틈이 없었던 하루의 끝이나, 잠시 마음을 다잡고 싶을 때, 소설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소설 한 편을 읽는 동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경험해보면 좋겠다.


퇴근 후 하루를 위로해주는 힐링 소설 추천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마주하게 될 때, 우리는 종종 특별한 무언가보다 그저 다정한 위로를 원하게 된다. 온종일 쏟아낸 말과 감정, 사람과의 거리 속에서 지친 마음은 누군가의 격려보다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가는 글 속에서 잔잔한 공감과 위안을 얻고 싶어진다. 그런 시간에 어울리는 책은 과하게 극적이거나 자극적인 서사보다는, 가만히 곁을 지켜주는 이야기다. 오늘은 퇴근 후 마음을 내려놓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읽기 시작하면 조용히 스며들어 마음을 다독여주는 힐링 소설 3권을 소개해보려 한다.


1. 이기주 – 언어의 온도

짧은 글이지만 하나의 문장마다 마음을 잠시 멈춰 세우는 힘이 있다. 말의 온도, 태도의 결, 생각의 방향 같은 익숙한 주제들을 천천히 짚어가며, 우리가 흔히 놓치는 ‘말의 뒷면’을 보여준다. 이 책은 커다란 결론을 주기보다, 조용히 등을 토닥이며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에 가깝다. 하루 종일 사람들에게 치이고도 말로 다 털어내지 못한 날, 이 책의 차분한 문장은 작은 위로가 되어준다.


2. 이나모리 가즈오 – 살아가는 힘

일에 지치고 스스로를 무력하게 느끼는 순간, ‘왜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 책은 그런 물음에 직접적인 답을 주진 않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게 만든다. 기업가가 쓴 글이지만, 인간적이고 정직한 문장들이 오히려 더 따뜻하게 다가온다. 목표보다는 과정, 결과보다는 자세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 책은, 오늘 하루 버틴 나에게 그렇게 살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느낌을 준다.


3. 오가와 이토 – 달팽이 식당

시골 마을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여주인공은 손님들의 사연에 맞춰 마음을 위한 요리를 만든다.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사람의 상처를 감싸고, 말보다 더 솔직하게 마음을 건넨다. 이 소설은 아주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이야기의 속도는 느리고, 사건은 크지 않지만 그 안에서 전해지는 정서는 깊고 진하다. 하루가 너무 버거웠던 날, 이 책을 읽고 나면 아주 잘 만든 따뜻한 수프를 마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루가 무겁고 피곤할수록, 사람은 더 조용한 이야기를 찾게 된다. 오늘 소개한 다섯 권의 책은 모두 퇴근 후 혼자 있는 시간에 어울리는, 과하지 않은 다정함을 품고 있다.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받을 수 있다.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소설 추천 5권

책을 읽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른 적이 있다면, 그건 정말 잘 고른 책일 확률이 높다. 이번 글에서는 몰입도, 속도감, 감정선 모두 좋아서 한 번 손에 들면 끝까지 읽게 되는 소설 5편을 새롭게 골라 소개해보려고 한다.

 

1. 베르나르 베르베르 – 개미


프랑스 작가 베르베르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이다. 인간과 평행하게 존재하는 거대한 개미 왕국의 시선을 따라가는 소설로, 인간의 문명과 본능, 그리고 사회 구조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개미 세계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몰입감을 느끼게 한다. 과학소설이면서도 철학, 모험, 미스터리가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작품이다. 이 책을 읽은 이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 책을 정독하게 되었다.


2. 안드레 애치먼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여름, 그리고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17세 소년과 24세 방문 학자의 사랑을 그린 이 소설은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장으로 두 사람의 감정을 따라가게 만든다. 마치 시를 읽는 듯한 문장과, 순간을 붙잡고 싶은 감정들이 페이지마다 녹아 있다. 소리 없이 강한 몰입을 원한다면 이 책이 제격이다.


3. 도진기 – 라플라스의 마녀


한국 추리소설 작가 도진기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예측 가능한 사건’이라는 미스터리 설정과 함께

한 인물이 미래를 ‘계산’할 수 있다는 상상을 실현하며 전개된다. 이야기는 철저히 논리적인데, 감정과 인간 심리까지 놓치지 않는다. 빠른 전개와 설계된 반전, 그리고 지적인 쾌감이 어우러진 수작이다.


4. 조엘 디케르 – 해리 퀘버트 사건의 진실


유명 작가가 미성년자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리게 되고, 그의 제자가 진실을 추적하면서 전개되는 대형 미스터리 서사이다. 문학과 범죄, 사랑과 진실이 교차하면서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와 함께 그 이상의 질문을 던진다. 구성의 밀도와 이야기의 중독성이 뛰어나 짧게 느껴진다.


5. 신카이 마코토 – 너의 이름은


영화로 먼저 유명해졌지만, 소설로 읽으면 또 다른 감성이 있다. 도쿄에 사는 소년과 시골 마을의 소녀가 서로의 몸이 바뀌는 경험을 하며 연결되는 이야기이다. 시간, 기억, 사랑이라는 요소가 서정적으로 얽혀 있다. 문장이 깔끔하고 속도감 있게 읽히면서도, 읽고 나면 한 편의 아름다운 꿈을 꾼 느낌을 남긴다. 가볍게 시작했다가 깊은 여운에 빠지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이야기에 빠져드는 순간은,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를 살아보는 재미있는 시간이다. 가끔은 현실 도피를 하므로써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오늘 소개한 책들도 그렇게, 몇 시간 동안 현실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줄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