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비극 중에서도 인간 존재에 대한 가장 강렬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있다면, 바로 소포클레스가 쓴 오이디푸스 3부작이다. 이 세 편의 작품은 각기 다른 시기에 쓰였고 초연 순서도 다르지만, 줄거리상으로는 한 가족의 몰락과 회복, 그리고 인간의 운명에 대한 깊은 통찰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준다. 이번 글에서는 오이디푸스 왕,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안티고네에 대한 간단한 내용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1. 첫 번째 이야기 – 오이디푸스 왕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테바의 왕이 주인공이다. 그는 지혜로운 자로 알려졌으며,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고 도시를 구한 영웅이기도 했다. 그러나 도시를 덮친 전염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진실을 파헤치던 그는 결국 자신이 친아버지를 죽이고 친어머니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충격과 죄책감으로 인해 그는 스스로 눈을 멀게 하고 왕위를 포기한 채 도시를 떠난다. 이 이야기는 인간이 아무리 똑똑하고 정의로워도, 신이 정한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고대 그리스의 비극적 세계관을 강하게 드러낸다.
2. 두 번째 이야기 –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두 번째 작품에서는 왕위를 버리고 방황하던 그가 죽음을 앞둔 말년의 시간을 다룬다. 그는 딸 둘과 함께 아테네 인근의 숲에 도착하여 안식을 청한다. 그 숲은 신성한 땅으로, 신이 그에게 마지막 평화를 허락한 장소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을 받아준 도시의 사람들에게 축복을 남기고 조용히 죽음을 맞이한다. 이 작품은 더 이상 눈부신 영웅이 아닌, 고통을 겪은 인간으로서의 그를 보여준다. 인간의 고통과 용서, 그리고 마침내 얻는 평화가 주제가 된다.
3. 세 번째 이야기 – 안티고네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그의 딸이 중심이 된다. 두 아들이 왕위를 두고 싸움을 벌이다 모두 죽고, 왕위는 외삼촌에게 넘어간다. 하지만 새 왕은 자신에게 불복한 사람들을 가혹하게 처벌하고, 특히 그녀의 오빠를 묻는 것을 금지한다. 그러나 그녀는 신의 법을 따르겠다는 결심으로 오빠를 몰래 묻고, 결국 왕의 명령에 따라 감금당한 채 생을 마감한다. 그녀의 행동은 인간의 도덕성과 신의 법, 그리고 국가 권력 사이의 갈등을 보여준다. 또한 한 집안의 비극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비극의 순환성을 강하게 느끼게 한다.
이 세 작품은 단순한 가족의 비극을 넘어서,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는지를 묻는다. 처음에는 자신이 누구인지 몰랐고, 중간에는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으며, 마지막에는 옳다고 믿는 길을 선택한 후 대가를 치른다. 각각의 인물들은 시대와 상황은 달라도 모두 인간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직시하고, 그 앞에서 싸우거나 받아들이거나 무너진다. 이처럼 오이디푸스 3부작은 인간 존재에 대한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오늘날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내가 누구인지, 나의 선택이 어디까지 나를 이끄는지, 그리고 결국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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