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 작가님 소설은 너무 재미있다. 소설을 처음 읽는 순간부터 무언가 새로운 공기가 흐른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인물들은 사랑스럽고, 말투는 일상적인데 마음 어딘가를 툭 건드린다. 때로는 가볍게 웃게 만들고, 또 때로는 조용히 위로를 건네며, 아주 사소한 문장 하나로 생각의 결을 바꾸게 한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내용 덕분에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을 때도 최고이다. 이번 글에서는 정세랑 작가님의 작품 중 꼭 읽어보면 좋을 소설 다섯 편을 소개해보려 한다.
지구에서 한아뿐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한아'가 주인공으로, 연애와 성장 이야기를 따뜻하게 풀어낸다. 이 소설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지구에서 하나 뿐인 사람과 사랑을 하는 것이 로맨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세상이 이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긴 이상적인 시선으로 현실을 비춰보는 책이기도 하다. 읽고 나면 마음이 고요하게 따뜻해지고, 한아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옥상에서 만나요
짧은 이야기 속에 깊은 정서가 담긴 단편소설이다. 도시의 옥상이라는 공간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두 여성이 서로를 알아가고 위로하게 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렸다. 서로 다른 이유로 외로웠던 두 인물이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며 연결되는 과정은, 많은 이들이 느끼는 도시의 고독과 관계의 결핍에 공감하게 만든다. 정세랑 작가의 문장이 얼마나 부드럽고 따뜻한지, 단 몇 페이지 만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선으로부터,
2020년 출간된 장편소설로, 다양한 세대의 개인이 모여 한 가족의 조상을 기리기 위한 장례 의식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유쾌하고 발랄한 말투 속에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녹아 있으며, 각 인물의 개성이 뚜렷해 읽는 재미도 크다. 생생한 서사가 이어지는 이 소설은, 정세랑 작가가 보여주는 이상적인 세계관과 현실 인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덧니가 보고 싶어
정세랑 작가 특유의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단편집이다.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인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 단편마다 분위기와 속도가 달라 지루할 틈이 없고, 어떤 이야기는 기발하게, 어떤 이야기는 조용히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나와는 조금 다른 삶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때, 혹은 생각의 틀을 유연하게 넓히고 싶을 때 읽어보기 좋은 책이다.
보건교사 안은영
보건교사 안은영이 학교 곳곳에 숨어 있는 기묘한 존재들과 싸우며 학생들을 지키는 이야기이다. 판타지 요소가 들어가 있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 정서적 돌봄, 사회적 무관심에 대한 이야기다. 활기차고 유머러스한 전개 덕분에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며,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정세랑 작가님의 소설을 읽고 나면, 우리가 사는 세상도 사실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기분이 든다. 누군가는 분명 조용히 선한 마음으로 세상을 지켜보고 있고, 불완전한 사람들이 서로의 손을 잡아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오늘 하루가 조금 버거웠다면, 이 중 한 권을 골라 조용히 펼쳐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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